‘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의 <서시> 한 구절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서시>, 그리고 시인 윤동주. 그러나 인간 윤동주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윤동주는 중국의 한인촌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북간도에서 자랐고, 경성(현재의 서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하여 평생을 학생 신분으로 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윤동주는 일본 유학생 시절 독립운동 혐의로 감금되어, 약 2년간 온갖 고문과 정체 모를 약물에 시달리다 불과 28세에 뇌출혈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의 유골은 가족의 품에 안겨 고향으로 돌아왔고, 그가 문학 공부하는 것을 반대했던 부친은 묘비에 그를 ‘시인 윤동주’라고 새겨 넣었다.
이 책은 문학소년 윤동주가 민족시인 윤동주로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동안 생활하고 머물렀던 장소들을 타임라인으로, 전 생애에 걸쳐 쓴 시를 창작 시기별·주제별로 수록했다.
윤동주는 소학교 때부터 평생 시를 썼다. 현존하는 첫 원고인 1934년 작부터 1942년 작까지 총 124편의 시와 산문을 유고로 남겼는데, 이는 그의 생애 중 17세부터 25세까지 9년 안에 쓰인 것이다. 대표작으로 알려진 작품은 대부분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에 쓰였고, 일본에서 쓴 원고의 상당수는 일본 경찰에 압수되어 소실되었다. 남아 있는 윤동주 유고의 절반 이상이 중국 룽징(龍井) 시절의 작품인 까닭이다.
이 책에서는 경성 연희전문학교 시절에 쓰인 윤동주의 대표작은 물론, 중국 룽징 시절의 초기작부터 일본 유학 시절의 많지 않은 낱장 원고들까지를 그의 생애 주요 시기별로 읽어볼 수 있도록 구성하여, 마치 그의 시를 도슨트를 들으며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윤동주가 살았던 장소와 그의 생애 크고 작은 사건들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당시의 인간 윤동주가 시를 쓰며 느꼈을 시상을 현재의 우리가 되살려 함께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은이 윤동주 (1917.12.30.~1945.2.16.)
일제강점기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본관은 관북(關北) 파평(坡平)이고, 증조할아버지 때 일가족이 함경북도에서 만주 땅으로 이주하여, 1차 세계대전 중 북간도에서 태어났다. 교육자이자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10대의 대부분을 북간도의 한인 학교와 기독교 학교에서 수학했고, 이후 평양의 숭실중학교를 거쳐 서울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다. 대학 재학 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졸업 후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유일한 유학길이었던 일본으로 떠났지만, 교토에서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광복 6개월을 앞두고 감옥에서 순국했다.
생전에 문예지와 신문에 시와 산문을 발표하긴 했지만 저서는 한 권도 출판하지 못했고, 광복 이후인 사후 3년 만에 유족과 친구들이 그의 생전 소망에 따라 첫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출간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새로운 길>, <참회록> 등이 있다.
윤동주는 그의 조국인 한국뿐만 아니라, 그가 살았던 중국, 일본에도 앞다투어 시비가 세워져 있는 유일한 시인이다. 자주적인 창작이 생존을 위협하던 엄혹한 시대에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성찰을 담은 아름다운 조선어 시를 쓰고, 일본 정부의 강압과 회유에도 절필하지 않고 옥사할 때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던 그의 일생은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2012년, 서울예술단), 영화 <동주>(2016년, 이준익 감독) 등 문화 콘텐츠로도 창작되어 세대를 초월하는 울림을 주고 있다.
엮은이 유재민
중국 상하이(上海) 화동사범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주중대사관에서 전문직 통역원으로 일했다. 17년간 출판사 에디터로 근무하며 200여 권의 종이책을 만들었다. 시간적·공간적 흐름 속에서 역사와 인물을 탐구하는 여행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현재는 전자책 크리에이터로 인문·예술·어학 콘텐츠를 발굴·창작하고 있다.